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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입자 보호한다는 등록임대주택…세입자 절반은 “몰라요” 등록일 2021.07.20
  • 서울 송파구에 사는 세입자 ㄱ씨는 세입자 보호 의무가 부여된 등록임대주택에 살다가 지난해 8월 임대사업자로부터 명도소송을 당했다. 계약 갱신을 하면서 임대료를 5% 올려달라고 한 임대사업자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였다. ㄱ 씨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민특법) 상 100세대 이상 민간임대주택단지의 경우 임대료 인상률 상한이 5%가 아니라 ‘주거비물가지수’를 고려한 별도의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ㄱ씨가 거주한 송파구의 주거용 오피스텔은 하나의 임대사업자 법인이 100세대 이상을 임대하는 민간임대주택단지에 해당한다. 등록임대주택 관련 누리집 렌트홈을 보면 2019년 6월 종전 계약이 시작된 세입자 ㄱ씨가 2020년 6월 계약을 갱신하면서 적용받을 수 있는 인상률은 0.9%다. 임대사업자는 이전 계약에서도 주거비물가지수가 아닌 5%를 적용해 임대료를 인상했다.

    명도소송을 당한 지난 1년 ㄱ씨는 임대사업자 제도가 세입자에게 ‘요란한 빈 수레’라는 것을 절감했다. 1년 내내 지자체, 국토교통부에 민원을 제기하고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의 문을 두드린 끝에 이달 들어서야 겨우 지자체로부터 “법정 증액 비율 초과 등 (임대사업자의) 위반행위가 확인되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라는 공문을 받았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100세대 이상 민간임대주택단지의 임대료 증액 비율과 관련한 행정처분으로는 거의 처음”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처음에 서울시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를 통해 민특법을 제대로 알게 된 덕분에 위축되지 않고 소송에 대응할 수 있었는데, 모든 세입자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 단지에도 그냥 퇴거하는 세입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활성화의 명분으로 내세운 ‘세입자 보호 효과’를 정작 세입자는 체감할 수 없었던 것도 이 제도의 대표적인 한계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2020년 임대사업자가 2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세입자 2명 중 1명은 여전히 이 제도를 모르고 있었다. 세입자 보호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은 지난해 9월에야 처음 실시되었고, 세입자 ㄱ씨가 경험했듯 임대사업자 제도가 헛도는 일이 적지 않았다.

    등록임대주택에 적용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지난해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특히 8년 장기임대의 경우 갱신청구권을 최대 3회 사용해 8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임대료 상한제는 5%가 똑같이 적용되지만 신규 계약 임대료도 종전 계약 기준 5% 이하로 제한되기 때문에 신규 세입자도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등록임대주택의 임대료 인상이 제한돼 일부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점에서는 이견이 별로 없다.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와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등이 참여한 ‘민간등록임대주택의 현황과 문제점’(서울도시연구, 2020년 6월) 논문을 보면, 2011~2018년 마포구에서 이뤄진 연립·다세대의 비등록 임대와 등록 임대 전세가격을 비교한 결과 “전세가 상승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에 등록 임대가 가지는 임대료 상한의 효과가 나타”났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등록 임대의 평균 전세가격은 2억3606만원으로 일반 주택 전세가격 3억7762만원보다 40% 저렴하다는 조사 결과(‘등록임대주택과 일반 주택의 임대료 차이 비교분석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그동안 세입자들은 이런 임대사업자 제도의 혜택을 잘 몰랐다는 점이다. 30대 ㄴ씨는 2018년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주거용 오피스텔을 계약했지만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한다는 설명만 들었을 뿐, 원하면 8년 동안 살 수 있다는 설명도 없었다. ㄴ씨는 “주택임대사업자라는 것도 월세 입금할 때 예금주명에 나와서 알았다”고 말했다. 표준임대차계약서 사용 의무 위반(1000만원 이하)이나 임대 조건 설명 의무 위반(500만원 이하)은 민특법 상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임대사업자 관련 활동을 하면서 렌트홈에서 찾아보니 내가 살았던 주택도 등록임대였다”며 “지난해 정부가 관리·감독에 나서기 전까지는 세입자가 등록임대주택인지 모르고 계약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 논문(‘민간등록임대 주택의 현황과 문제점’)에 나온 2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이 넘는 54%(108명)가 임대사업자 제도를 모르고 있었다. 임대사업자가 2017년 말 25만9천명에서 2020년 5월 기준 52만9천명으로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에 견주면 제도에 대한 세입자의 인지도는 그리 높다고 보기 어렵다.

    세입자가 가장 접근하기 좋은 등기부 등본에 등록임대 주택인지를 표시하는 ‘부기 등기 제도’는 2019년 1월 정부의 ‘등록 임대주택 관리 강화 방안’에서 도입하기로 했으나 아직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2020년 12월에야 시행된 관련 민특법 개정안은 법 시행 전에 등록한 기존 임대사업자에 대해 2년의 유예 기간을 줬다. 이에 따라 2022년 12월이 되어야 모든 등록임대 주택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

    임대사업자 제도는 그동안 세입자 보다는 임대인 관점에서 운영되어 왔다. 임대사업자가 임대차 계약서를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 것은 2012년 2월. 하지만 이후 8년 동안 신고 의무는 유예됐다. 지난해 비로소 본격 시행을 예고하면서 과태료를 면제받을 수 있는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했다. 지난해 6월 송파구나 강남구 등 임대사업자가 많은 지자체 민원실에는 뒤늦게 신고에 나선 임대사업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임대의무기간 및 임대료 증액 제한 같은 주요 공적 의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점검은 지난해 9월에서야 처음 실시됐는데 전국에서 3692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특히 임대사업자들 중에서도 ‘동일 임대사업자가 100세대 이상 소유한 민간임대주택단지’의 경우 5%가 아닌 주거비물가지수를 적용하는 임대료 증액 제한 기준은 휴짓조각이나 마찬가지다. 앞서 송파구 세입자 ㄱ씨의 명도소송에 조력하고 있는 김대진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100세대 이상 민간임대주택단지에 대한 정보도 지자체나 국토부가 주지 않아 명도소송 과정에서 임대사업자가 제출한 자료가 아니었으면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2019년 2월에 주거비물가지수를 적용하도록 민특법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정작 100세대 이상 임대사업자들은 자기가 여기에 해당하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등 법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표준임대차계약서는 해당 주택이 100세대 이상 임대주택단지에 속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특히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사업 법인들이 100세대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이와 관련한 통계도 갖고 있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지자체가 목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의원실 제출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1년 이명박 정부가 8·18 전세대책을 통해 주거용 오피스텔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해 취득세, 재산세 면제에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의 세제 혜택을 주자 오피스텔 공급이 쏟아졌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2013~2016년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연평균 3만9000호로 직전 4년 평균 1만894호의 거의 4배에 달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오피스텔 거주 가구는 2015년 전국 32만194가구에서 2019년 53만4311가구로 크게 늘었다.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economy/property/1004205.html